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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안 칼럼] 파지 줍는 노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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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2-03 11:24 조회1,7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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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안 칼럼] 파지 줍는 노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며칠 전 혹한으로 파지를 줍던 60대 노인이 길거리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 된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에도 홀로 살던 기초수급자이던 파지 줍는 6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두 달 여 만에 한 원룸주택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바 있다. 그 할아버지는 10년 이상 가족과 왕래도 없이 파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두 달의 시간이 지나도록 주변에서 아무도 알지 못했던 이유는 찾아오는 가족이나 사람이 없어서다. 만 65살 이상 독거노인의 경우 집을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노인돌봄서비스가 있지만 이 분은 파지를 줍는 경제 활동을 하고, 찾아오지 않지만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있었다. 홀로 사는 노인을 돌봐주는 복지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것이다.

2013년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 노인 중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난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약 26%로 빈곤노인이 1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증가속도가 빠른 가운데 노인빈곤율은 2011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1인 세대의 노인빈곤 율은 74.0%로, 노인빈곤이 1인 가구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파지 줍는 노인
파지 줍는 노인ⓒ전국고물상연합회 제공

 

보건복지부와 보사연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홀로 사는 이른바 독거노인은 모두 79만 명으로 추산, 정부의 노인돌봄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1/4 가량인 22만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독거노인은 하루에 식사를 1~2회만 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필요한 음식을 사지 못하는 비율이 24.0%로, 전체 노인평균 14.0%의 2배에 달하며 3개 이상 만성질환 경험율도 55.9%로 전체 노인 평균 46.2%보다 높게 나온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 건강, 소외, 무위(無爲)등 이른바 ‘노년의 4고’ 중 독거노인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것은 경제문제라 지적했다.

도시빈곤노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안전망의 허점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젊은층의 경제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자녀나 부모에 대한 양육 부담감도 늘어난다. 자연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모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빈곤노인 대다수 자녀가 있거나 일정 수준 소득이 있으면 수급자격 축소나 복지혜택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일을 해도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넘나들며 몇 천원을 벌기위해 파지를 주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도시빈곤노인들의 기초수급액은 보통 25~30만원으로 이 중 한 달 월세가 15~20만원으로 약 10만 원 정도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단돈 몇 천원이 이들에겐 생명줄과 같다.

전국고물상연합회(전고련) 추산으로 전국에서 파지 줍는 노인이 170만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 도시빈곤노인층으로 그 중 독거노인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고련 조사에 의하면 파지 줍는 노인의 월평균소득은 5만 원 이하가 전체 50%가량을 차지하는데 노령연금, 국가보조금 등으로 생계가 턱없이 부족해 자녀의 용돈을 받지 못하면 생계영위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여기에 몇 년째 파지 가격 하락으로 반 토막이나 두 배 이상의 파지를 주워야 몇 천원을 벌 수 있다.

이들에게 가장 큰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주거와 건강 및 경제문제로 기인하여 ‘삶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그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 했다.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빈곤노인이나 서민층은 삶에 있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문제의 근원인 경제민주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도시빈곤노인들의 근본적인 복지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오늘도 파지 줍는 노인들의 죽음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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